춘화도 감상하기

신윤복의 춘화도

낙천지명 2016. 10. 13. 18:53

 

조선후기의 화가이자 사회비평가였던 혜원 신윤복은

불과 200년 전 혜성처럼 나타났다가,  유성처럼 흔적도 자취도 없이 사라져간 인물이다.

아무리 조선시대가 성리학에 기초한 양반사회이고, 신분제도가 철저했을지라도

그에 관한 역사적 기록이 단 몇줄 외에는 전혀 발견되지 않는 것이 참으로 불가사의 하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그의 그림들은 지금도 생생히 살아남아, 

오늘날 우리들에게 예술과 삶,  그리고 인간의 본성을 숨김없이 표현해주고 있다.   

 

 

  

위 그림은 딱 봐도 최고급 기방이다.

옷걸이도 매듭을 아름답게 엮은 끈으로 달아놓은 것도 그러려니와

붉은 목침은 장인이 예술적으로 다듬어 만들어낸 명품이고, 

화살표시된 소품들은 우측부터 말이형 춘화도, 향낭, 피마자 기름이다.  

당시 춘화도는 이미 사대부는 물론 기방을 드나드는 한량들에게까지 많이 유통되고

있었으며, 향을 향낭에 넣어 허리춤에 묶어서 다닌 당시 필수 유행품이었다. 

피마자 기름은 글쎄요?  다음 춘화도에서 다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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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위 섹스에 열중인 위 그림에서 핵심Key word는 우측벽에 걸려 있는 그림이다.

천정에서 바닥까지 병푼 높이만큼 크게 그려 넣은 그림은

그 당시 유명했던 김홍도의 '월만수만도'를 연상되게 비슷하게 그려 넣었다.

 

 
월만수만도는 김홍도가 그린 병풍그림 '주부자시의도' 중 네번째 그림이다. 

 

 

 

화성행궁 봉수당 정조 임금이 앉아 있는 자리 뒤에는 병풍이 서 있는데 

이것은 朱夫子詩意圖 이다.

주부자시의도는 김홍도가 1800년 정초에 正祖大王 께 진상한 8폭 병풍으로

남송시대 성리학자 朱子(1130-1200) 의 七言絶句詩 한 수 씩과

南宋末-元初時代 성리학자 熊禾 의 註 가 적혀있는 그림 병풍이다.

이 작품의 主題는 大學 經一章의 八條目인 格物,致知,誠意,正心,修身,齊家,治國,平天下,이다.

八條目 이란 유교의 학문과,수양과,정치의 본령을 단계적으로 제시한 것으로

조선왕조의 치국 이념인 성리학의 大綱을 다룬 것이라 하겠다.

정조는 김홍도가 주자가 시속에 남긴 뜻을 깊이 이해하고 그 뜻을 그림에

담았다고 칭찬하고 , 화폭에 보이는 주자의 詩마다 和韻詩 를 지었다.

아쉽게도 현재 제1폭 사빈신춘도(泗濱新春圖)와 제5폭 백운 황엽도(白雲黃葉圖)는 전하지 않는다.

 

신윤복의 춘화도 우측 벽에 걸어놓은 그림이 마치, 

김홍도가 그린 주부자시의도 중  네번째가 무이구곡 중 4曲을 그린<월만수만도>이다. 

 

 

 

 

월만수만도는  아래쪽이 깎여들어간 대장봉(大藏峰)이 물가에 위태롭게 섰고

계곡 건너 선조대(仙釣臺)가 있어 동서로 마주하였다. 그 사이로 가는 폭포 물줄기가 아슴프레하다.

 암벽에 매달린 꽃나무는 이슬을 머금었으며 위쪽에는 초목이 우거졌다.

원래 대장봉 암벽 아래에 굴이 하나 있어서 옛적에 그 안에서 닭이 울었으므로

금계동(金鷄洞)이라 했다.  그러나 이제 금계 울음소리는 들리지 않고 보는 이도 없어

 다만,  공산탱월(空山?月)과  심담한수(深潭寒水)만이 정막함을 도운다.


 

四曲東西兩石巖 - 사곡이라 양쪽에는 큰 바위가 마주보고 있는데.

       巖花垂露璧氈參 - 바위 꽃에 이슬이 맺혀 푸른 방석처럼 드리웠다.        

       金鷄叫罷無人見 - 금계동의 금계울음소리 그치고 사람을 볼수 없었다. 

     月滿空山水滿潭  - 공산에는 달빛만 가득하고 물은 연못에 가득하다.  

 

 

 선조대와 대장봉 사이를 빠져나와  땟목을 타고 내려가는 중이다. 

 

 

 

 

九曲중 가장  물이 깊은 四曲의 용담이다. 

 

 

 

위 사진을 보면 눈치빠른 분들은 더 설명이 필요 없을 것입니다.

1800년대 당시 사회가 얼마나 성적으로 변화의 물결이 몰아쳤는지 알수 있으며,

신윤복 또한 기방에 드나드는 한량들과 기생들의 나신을 보고 즐겼다는 것을 알수 있다. 

금계동(닭벼슬), 공산탱월, 심담한수, 쌍봉, 계곡, 초목등은 여인의 몸을 은유하는 표현들이다.       

신윤복의 그림들은 이렇게 전혀 무관한 듯한 것들을 서로 일치시켜 표현해 내는 화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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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   무이구곡중 四曲의 절경을 읊은 주희의 시와

4곡을 그린 김홍도의 그림은 순수하게 자연의 이름다움을 표현하였다.

춘화도와는 전혀 의도한 바가 없는 순수 작품이었다는 것을 거듭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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