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후한때의 학자 왕부( ? ~ ? )가 정치에 관한 책 10권 35편을 저술하였는데,
난세에 임하여 문란한 정치를 강력하게 비판하며 저술한 책이 '잠부론(潛夫論)' 이다.
잠부란 ? 재주나 경험이 부족하거나, 때가 적절치 못하면 움직이지 말고, 스스로 멈추고
기다려야 하는것이 상책이라고 '주역'에서 칭하였다. 왕부는 스스로 잠부라 부르며 세상의
모든 속된 일들을 기록하여 '잠부론'을 저술하였다.
김득신 '출문간월도' 종이 25.3x22.8 개인소장
위 그림은 그 잠부론 중의 한편의 교훈을 조선후기 화가 김득신이 그린 '출문간월도' 이다.
一犬吠 二犬吠 萬犬從此一犬吠
呼童出門看 月掛梧桐第一枝
한마리 개가 짖자, 두마리 개가 짖고, 만마리 개가 한마리를 따라 짖네,
동자를 불러 문밖을 나가 보라 하니
" 달님이 오동나무 제일높은 가지에 걸려 있어요" 라 한다.
달은 우리가 늘상 보지만 그 이면과 내면을 알지 못한다. 즉 겉모양의 형(形)만 볼 뿐이다.
한마리의 개는 그 모양이 이상하고 두려워서 짖었을 것이다. 백마리 개나 만마리의 개들은
아무것도 보지 않았지만 실상을 본 것처럼 짖는다.
세상이 시끄럽고 혼탁한 것은 개처럼 떠드는 사람들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왕부는
" 세상에 이런병이 오래되었다. 사람들이 옳고 그른 사정을 살피지 않는 것을 나는 걱정하노라"
形 이란 것은 곧 그림자 일진데 ... 세상 시끄럽게 하고 다닌다면 개와 무엇이 다르랴 ...
당나라의 유종원(柳宗元)은 개에게 비루한 시기심(猜)이 있어, 해를 보고 짖는다고 하고,
시기심이란 모든 악(惡)의 근원이라 경계하였다. 조선후기 학자 위백규(1727~1798) 는
개가 비천한 이유와 개 같은 사람의 속성을 다음과 같이 말했다.
개는 도둑을 잡고자 짖어야 하거늘,
개 중에는 제대로 짖지 못하는 녀석이 있다.
관복을 차려 입은 손님이 오셨는데 짖고,
달이 밝게 떴는데 짖고,
눈이 하얗게 왔는데 짖는다.
이런 개는 지극히 천한 녀석이다.
사람 중에 떠들고 화내기를 좋아하고 변덕이 심하면
이 또한 천박한 사람이다.
신윤복의 ‘ 나월불폐 ’ 비단 (25.3 ×16.0㎝) 간송미술관 소장
세상만사는 마음먹은 대로 보이기 마련이다. 세상에 염증을 느낄 때는, 개 짖는 소리가 듣기 싫다.
덩달아 짖는 소리는 사람들의 시비소리 같아 더욱 싫다. 개는 개라서 싫고, 사람은 개를 닮아서 싫다.
내 마음이 고요하면 알게된다. 개가 무슨 잘못인가. 짖는 소리가 반갑고, 덩달아 다정할 뿐이다.
개를 일러 비루하다 한 것은, 어리석은 사람을 조롱하는 曲盡한 가르침이었다.
개들의 달밤 합창이 한 차례 지나가면, 고요가 찾아들고 달이 기울 것이다.
달빛 아래 앉은 개가 사색에 잠긴 듯 조용하다. 짖어 보니 결국은 달빛이더라는 것이다.
신윤복이 그린 ‘ 나월불폐(蘿月不吠, 넝쿨 속에 달이 뜨고 개는 짖지 않네) ’ 다.
혜원은 잠부론의 교훈처럼 움직일 때와 조용히 숨어 있을 때를 알고 있었다는 증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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