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이란 ? 道 를 전하는 것이다.
먼저, 스승의 개념을 생각해 보자는 뜻에서, 스승의 정신세계를 잘 엿볼수 있는
바둑사에 전해지는 감동적인 일화 하나를 소개해 봅니다.
우리나라 바둑계에 자랑스런 조훈현 바둑기사가 있다.
명실상부한 세계최강으로 군림할때 '영원한 바둑황제' 의 칭호를 붙여주었다.
그러면 그의 스승은 과연 누구인가?
일본 바둑계의 거목이었던 세고에 겐사쿠(1888~1972) 9단이다.
'세고에' 는 그당시 일본 바둑계의 실세였던 기다니 미노루와 양대산맥을 이루던
정신적 스승으로서 훗날 전설적인 기사로 이름을 떨치게 되는 중국계 출신의
'오청원'과 일본인'하시모또' 단 두명만 제자로 키우고 있던 시기였다.
그런데 조훈현이 유학차 일본에 당도하여 기타니문하에 입문하기 전에
먼저 연장자인 세고에 겐사쿠 9단에게 우연히 인사차 들리게 된다.
그때 9살 된 조훈현의 또릿한 눈동자에 혹한 세고에는 대뜸 지도대국(2점)을 청한다.
평소 제자에게 1년에 한판 이상은 두지 않는다는 그가 두번이나 연거푸 두었다
전광석화 같은 손놀림과 번뜩이는 천재성에 두번 다 꼼작없이 지고 만다.
그리하여 세고에는 기타니와 협의도 없이 조훈현을 운명적으로 낚아 첸다.
이때부터 조훈현은 험난하고 외로운 일본의 승부세계에서 거침없이 성장하며
세고에 겐사쿠 일생의 최후의 걸작품이 만들어 진다.
당시 요미우리 신문사에서 인터뷰하는 소년 조훈현
-- 중 략 --
약 10년의 세월이 흘러 스승 세고에가 우려하던 데로 병역징집 통보서가 날아든다.
한일 양국을 정신없이 오가며, 양국 정치인과 실세들을 만나 구명활동을 펼치게 된다.
그러나 결국 수포로 돌아가자 세고에는 망연자실하며 거의 이성을 잃어버리고 만다.
드디어~ 1972년 하네다 공항에서 이별을 하고 부터 시름시름 앓는다.
이무렵 절친했던 친구이자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자살한다.
그리고 4개월 뒤 세고에는 사랑하는 제자의 그리움을 못견디고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 원폭이 떨어질때도 흔들림없이 바둑을 두었다는 세고에 9단 >
그는 바둑지도자와 일본의 후배들에게 다음과 같은 유언을 남긴다
" 조훈현이를 꼭 일본에 다시 데려와 대성시켜 주기 바란다 "
당시 그가 왜 ?
그토록 안타까워 했는지, 얼마나 한국정부의 인재관리를 원망했는지 짐작이 간다.
다행히 그 이후에 기타니문하의 '조치훈'은 군면제 되어 계속 바둑공부를 할수 있었다
그렇지만 조훈현은 공군에 입대하여 군생활로 3년을 보낸다.
그후로는 일본에 되돌아 가지못하고 국내서 활동하며
10년이상 명실상부한 세계최강의 바둑황제로 군림했다.
많은 기자들이 스승 세고에의 정신세계와 바둑기풍에 대해 묻자 ... 퉁명스럽게
"그분의 바둑은 아주 기본적인거 날일자에 한칸벌리고 등
정말 단순하게 뚜벅뚜벅 두셨다 " 고 말한다.
바둑스승이면서 1년에 한판이면 실질적으로 바둑을 가르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세고에는 조훈현에게 바둑관련 책 몇권만 던져 줬을 뿐이다.
그렇다면 그는 무었을 가르치는 스승이었단 말인가 ?
< 세고에 겐사쿠의 글씨로 추정되는 작품 >
"종횡불용검(縱橫不用劍" - 종횡 즉, 반상에서는 검을 사용하지는 않는다
어마어마한 전투가 벌어지는 정신력의 싸움을 표현한 말이다.
그의 기풍이 잘 묻어나는 의미심장한 말이다.
조훈현이 무심코 던지는 회고담에서 그답을 찾을수 있다.
" 내가 어린나이에 마당을 쓸때도 정신자세와 시간, 움직임과 마무리 등에 대해
엄격히 나무라셨다. 그리고 언젠가 내기바둑과 마작에 손댓을때 나를 내쳤다."
당시 사형이었던 오청원과 주위에서 석고대죄로 간신히 다시 받아주셨다'
그렇다 !
평생을 고독한 승부사로 생존할려면 정신이 제일임을 가르치고자 했다.
인간본연의 藝 와 道 , 필설로 표현 할수 없는 精神 에 대해 고민했던 것이다.
< 수많은 실전대국으로 지도한 후지사와 슈코 >
그렇게 해서 조훈현은 정신적 스승 세고에 겐사쿠와
실전스승 후지사와 슈코에 의해 바둑황재로 가꾸어진 것이다.
후지사와는 제자 조훈현이 보고 싶을때 한국을 가끔 오곤했다.
그들은 국경을 초월하여 인재를 알아보고, 아끼고 사랑하며 키워낸
진정 위대한 스승들이자 '정통 사무라이 정신'을 계승한 훌륭한 인물들이다.
참고 - 바둑삼국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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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훈현 홈페이지 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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